[캐나다투데이 칼럼]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한국 학생들의 소통 문화에 대한 단상
- Editor
-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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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한국 학생들의 소통 문화에 대한 단상
요즘 한국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미국 공립 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만 15세에서 18세 사이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미국 국무부가 승인한 비영리 재단을 통해 운영됩니다. 참가비용은 비교적 저렴한 편으로, 일반 유학과는 달리 학비가 무료이고, 홈스테이 가정 또한 무상으로 제공됩니다. 다만, 프로그램 특성상 지역이나 학교 선택이 제한되고, 1년까지만 체류할 수 있는 점은 단점으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교육 문화를 경험하고,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한 좋은 기회로 많은 학생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유학&교육을 통해 이번 가을학기에 미국으로 떠나는 한 한국 학생과 관련해,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 재단의 관계자와 화상 미팅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 관계자가 들려준 한국 학생에 대한 이야기 한 토막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한국 학생들은 프로그램이 끝나면 갑자기 사라지나요?" 그는 과거 직접 한 한국 학생을 홈스테이 가족으로 맞이한 경험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종료 후 연락이 끊긴 것이 많이 섭섭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학생이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해주고, 예의 바르고 조용해서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떠난 뒤에는 어떠한 소식도 들을 수 없어, 마치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삭제’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조심스럽게 변명하듯 설명을 드렸습니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새로운 학생이 또 배정되어 바쁘실 것 같아 연락을 삼가는 경우가 많다고요. 또, 괜히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러워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다고요. 사실 한국 문화에서는 '예의'라는 개념이 무척 중요하기에,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더 매너 있는 행동이라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차이가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합니다.
그 관계자는 자신이 함께 지냈던 한국 학생이 미국을 떠나기 전 며칠 동안 뒤뜰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자주 보았다고 합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별을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하며,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모습이 참 귀엽고도 안쓰러웠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에게 미국 생활에서 가장 소중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뜻밖에도 "허그(hug)"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따뜻한 포옹 문화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것이 가장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는 이야기에 저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며, 한국 학생들이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데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 역시 과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당시, 친구의 가정에 초대받아 세대가 어우러져 식사를 하고, 보드게임을 하고, 재밌게 대화를 나누는 문화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 대화가 제한적이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이런 따뜻한 문화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미국의 공립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가정은 어떠한 금전적 보상 없이 순수하게 국제 학생들과의 문화 교류를 위해 도움을 주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젊은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자 자발적으로 참여하신 분들입니다. 따라서 참가하는 한국 학생들도 이 프로그램을 단순히 유학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미국 가정의 일원이 되어 문화적 교류를 주고받는 소중한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감사했다”는 한 마디, “잘 지내시냐”는 따뜻한 인사 한 줄이 오가는 관계로 이어진다면, 그 짧은 1년이 누군가에게 평생 기억될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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