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투데이 칼럼] 한국 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실시 – 캐나다와의 비교를 통해 바라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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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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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실시 – 캐나다와의 비교를 통해 바라본 과제
2025년부터 한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됩니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과거처럼 모두가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같은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대학처럼 본인의 선택에 따라 수업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큰 변화입니다.
고교학점제가 무엇인가요?
고교학점제는 말 그대로 ‘학점을 기반으로 졸업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학생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최소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으며, 이 중에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과학 등 공통 과목의 필수 학점이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진로 선택과 일반 선택 과목에서 자유롭게 고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과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은 경제, 정치와 법, 문학 등을 더 심화하여 수강할 수 있고, 이과 학생은 물리학, 생명과학, 공학 기술 등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중심으로 시간표를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선택권이 커지는 만큼, 학생들은 진로 탐색 및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완화하고, 수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고등학교는 어떻게 다를까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고등학교 교육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온타리오 고등학생들은 총 30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데, 이 중 18학점은 필수 과목, 나머지 12학점은 선택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자원봉사 40시간과 OSSLT(온타리오 문해 시험) 통과가 졸업 요건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매년 자신이 수강할 과목을 직접 선택하게 되며, 진로와 대학 입시 요건에 따라 고등학교 때부터 전공 관련 과목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 학교에는 진로 상담 교사( Guidance Counselor )가 배치되어 있어,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수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온타리오의 고등학교 제도는 선택권, 자율성, 진로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조기에 자신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준비하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교학점제도 이러한 캐나다식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도입된 것입니다.
고교학점제 시행 현실과 그 논란
한국에서 고교학점제는 이상적인 방향을 지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도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째, 학교와 교사의 준비 부족입니다. 선택 과목을 다양하게 운영하려면 더 많은 교사와 교실, 기자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인력과 공간 모두가 부족하여 학생의 과목 선택이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선택 수업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결국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수업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둘째, 교사들의 업무 과중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학생 개별 진로 상담, 시간표 조정, 평가 방식 변경 등을 함께 감당해야 하며, 이에 따른 교사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교사 외에도 상담 전담 인력이 따로 있어 업무 분담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셋째, 학생의 선택권이 실제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점입니다. 진로와 흥미에 따라 과목을 고를 수 있다는 취지는 훌륭하지만, 현실에서는 대학 입시를 의식해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몰리는 현상이 많고, 이에 따라 과목 다양성이 훼손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는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또한, 학생 본인이 진로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목 선택을 해야 하기에 진로 고민이 깊어지고, 심리적 부담이 커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학생들과 상담 교사가 지속적으로 만나 맞춤형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상담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고교학점제,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현실적인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교사 수급, 교육 예산, 시설 개선, 상담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인프라가 준비되어야 하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충분한 정보를 얻고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책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유연한 운영과 피드백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제도만 선진화한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고등학교처럼, 학생 중심의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고교학점제는 분명 이상적인 목표를 담고 있는 교육개혁입니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은 그 철학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이 제도를 통해 한국 교육이 더 유연하고 학생 중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시는 마음으로, 함께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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